반응형 시를쓰는건1 긴 손가락의 시/진은영 긴 손가락의 詩/진은영 시를 쓰는 건 내 손가락을 쓰는 일이 머리를 쓰는 일보다 중요하기 때문. 내 손가락, 내 몸에서 가장 멀리 뻗어나와 있다. 나무를 봐. 몸통에서 가장 멀리 있는 가지처럼, 나는 건드린다, 고요한 밤의 숨결, 흘러가는 물소리를, 불타는 다른 나무의 뜨거움을, 모두 다른 것을 가리킨다. 방향을 틀어 제 몸에 대는것은 가지가 아니다. 가장 멀리 있는 가지는 가장 여리다. 잘 부러진다. 가지는 물을 빨아들이지도 못하고 나무를 지탱하지도 않는다. 빗방울 떨어진다. 그래도 나는 쓴다. 내게서 제일 멀리 나와 있다. 손가락 끝에서 시간의 잎들이 피어난다. 진은영 1970년 대전에서 태어났으며, 이화여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2000년 계간 〈문학과사회〉 봄호에 「커다란 창고가 있는 집」 외 3편.. 2024. 4. 18. 이전 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