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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산국민학교/안도현
고 계집애 덧니 난 고 계집애랑
나랑 살았으면 하고 생각했었다 1학년 때부터 5학년 때까지
목조건물 삐걱이는 풍금 소리에 감겨 자주 울던 아이들
장래에 대통령 되고 싶어하던 그 아이들은
키가 자랄수록 젖은 나무 그늘을 찾아다니며 앉아 놀았지만
교실 앞 해바라기들은 가을이 되면 저마다 하나씩의 태양을 품고
불타올랐다 운동장 중간에 일본놈이 심어놓고 갔다는
성적표만한 낙엽들을 내뱉던 플라타너스 세 그루
청소 시간이면 나는 자주 나뭇잎 뒷면으로 도망가 숨어 있었다
매일 밤마다 밀린 숙제가 잠 끝까지 따라 들어오곤 하였다
붉은 리트머스 종이 위로 가을이 한창 물들어갈 무렵
내 소풍날은 김밥이 터지고 운동회날은 물통이 새고
그래 그날 주먹 같은 모래주머니 마구 던져대던 폭죽 터뜨리기
아아 그때부터였다 청군 백군 서로 갈라져
지금에 이르고 감추어둔 비둘기와 오색 종이 가루를 찾기 위하여
우리가 저 높은 곳으로 돌멩이 같은 것을 던지기 시작한 것은
그런데 소식도 없이 기러기 기러기는 하늘에다 길을 내고
겨울이 오면 아이들은 변방으로 위문편지를 쓰다가
책상 위에 연필 깎는 칼로 휴전선을 그었다
그 부끄러운 흔적 지우지 못하고 6학년이 되었을 때
가슴속 따뜻한 고향을 조금씩 벗겨내며 처음으로
나는 도시로 가고 싶었다 그렇지만 날이 갈수록 고 계집애
고 계집애는 실처럼 자꾸 나를 휘감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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