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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오지 않길 바랐어/전유종
중학교 입학식
봄비가 차갑게 내린 날이었어
하굣길 깜박 잠드신 할머니
데리러 오지 못해
학교에 혼자 남아 기다린 적이 있었는데
다른 기억들은 전부 하늘에 올려놓으셨는데
이 기억은 떠나는 날까지 붙들고 사셨어
봄비가 내릴 무렵에는 항상
학교 앞에 계셨거든
구멍 난 기억과 우산을 들고
내 얼굴도 모르는 할머니를 보며 난 그저
더 이상 봄비가 내리지 않길 바랐어
#교도소 수용자가 쓴 시와 동시사이
#치매를 앓게 된 할머니의 모든 기억은 사라졌는데
#손자에게 우산을 갖다 주지 못한 기억만은 뇌리에 박혀
#봄비가 내리면 늘 구멍 난 기억과 우산을 들고 학교 앞으로 간다
#감동과 눈물이 봄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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