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미/문태준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 중인 그녀가 누워 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 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아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 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
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
두 다리는 서서히 멀어져 가랑이지고
폭설을 견디지 못하는 나뭇가지처럼 등뼈가 구부정해지던 그 겨울 어느 날을 생각한다.
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껍질처럼 점점 거칠어진다.
나는 그녀가 죽음 바깥의 세상을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한쪽 눈이 다른 쪽 눈으로 캄캄하게 쏠려 버렸다는 것을 안다.
나는 다만 좌우를 흔들며 헤엄쳐 가 그녀의 물속에 나란히 눕는다.
산소호흡기로 들이마신 물을 마른 내 몸 위에 그녀가 가만히 적셔 준다.
* 가재미는 몸이 납작한 타원형으로 심해 바닥에 납작하게 몸을 대고 살아가는 물고기다.
어릴 때에는 눈이 양쪽에 위치하지만 성장하면서 한쪽으로 몰린다고 한다.
가자미는 시인, 문학평론가, 문인 120명이 문예지에 발표된 시 가운데 가장 좋은 작품으로 뽑혔었고 2년 연속문인들이 뽑은 가장 좋은 시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199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해 '수런거리는 뒤란', '맨발', '그늘의 발달', '우리들의 마지막 얼굴' 등의 시집을 펴냈다. 동서문학상, 노작문학상, 유심작품상, 소월시문학상, 목월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받았다.
<문태준 시인>
"늘 오감이 활짝 열려있어야 해요. 그래야 바깥의 세계를 잘 받아들일 수 있지요. 저에게 시는 쓰는 게 아니라 받는 겁니다."